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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그림 일기장

너는 고맙고, 나는 미안하고.

 

 

집 안팎의 일들로 정신없이 바빴던 지난 주의 어느 저녁.

전날까지 며칠 집을 비운 뒤라 반찬도 장 봐 놓은 것도 없이 냉장고는 텅 비고 체력도 방전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마침 남편도 늦는다기에 아침에 끓여놓은 국에다 대충 찬밥만 넣어 말아 먹으려다가, 아이 국에는 당면을 조금 삶아서 넣어줬다. 먹기 싫다고 하면,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인 김이나 치즈를 내밀어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눈치를 살피는데...

 

다행히, 후룩후룩 쩝쩝 잘도 먹었다.

게다가 방긋거리며 "맛있는 거 해줘서 고마워~!"라고까지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김과 치즈를 누르고 최근 급부상한 밥상의 지원군, 당면의 위력을 실감하는 한편, 

 

아이의 고맙다는 말에

썰렁한 식탁이, 축 쳐진 내 어깨가 더없이 부끄럽고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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