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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너는 고맙고, 나는 미안하고. 집 안팎의 일들로 정신없이 바빴던 지난 주의 어느 저녁. 전날까지 며칠 집을 비운 뒤라 반찬도 장 봐 놓은 것도 없이 냉장고는 텅 비고 체력도 방전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마침 남편도 늦는다기에 아침에 끓여놓은 국에다 대충 찬밥만 넣어 말아 먹으려다가, 아이 국에는 당면을 조금 삶아서 넣어줬다. 먹기 싫다고 하면,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인 김이나 치즈를 내밀어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눈치를 살피는데... 다행히, 후룩후룩 쩝쩝 잘도 먹었다. 게다가 방긋거리며 "맛있는 거 해줘서 고마워~!"라고까지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김과 치즈를 누르고 최근 급부상한 밥상의 지원군, 당면의 위력을 실감하는 한편, 아이의 고맙다는 말에 썰렁한 식탁이, 축 쳐진 내 어깨가 더없이 부끄럽고 미안해졌다. .. 더보기
네게 잘보이고 싶어서. "엄마, 머리 묶지 말고 풀고 있어. 그게 예뻐." "엄마는 안경 쓴 게 더 잘 어울려." "엄마 웃을 때가 제일 좋아." "엄마, 그 티셔츠 말고, 저거.. 저 부엉이 있는 티셔츠 입은 게 나는 좋아." "엄마도 선생님처럼 바지 말고 치마 입어." 네 살 짜리 딸 아이의 쫑알쫑알 잔소리를 무심히 웃고 넘겼다가도, 문득문득 생각나서, 딸 아이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자꾸만 거울을 보게 되는 요즘. ENID 더보기
너와 너의 작은 친구, 악어 이야기 일주일 전, 딸 아이의 빙봉이나 다름없는 악어인형을 잃어버렸다. 아이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크나큰 슬픔이었던지, "악어야~~~~"를 외치며 먹지도, 자지도 않고 목놓아 울기만했다. 그런 딸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고... 하도 닳고 닳아 내가 손수 기워주고 솜도 넣어준 데다가 이제는 가족처럼 되어버린 그 녀석의 빈 자리가 나조차 허전해서, 엄마가 악어 꼭 찾아주겠다며 손가락 걸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다니던 길을 몇 번이고 되짚어서 샅샅이 뒤지고, 들렀던 마트, 병원 CCTV를 모조리 확인하고, 전단지까지 만들어 붙였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온갖 인형 판매 싸이트를 뒤져서 닮은 인형도 주문해놓았다. 그런데 그 날 오후 늦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앳된 목소리로 "엊저녁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