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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이야기와 사진

4월의 도쿄에서

4월 6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동안, 도쿄 동생 집엘 다녀왔다.  

 

워낙 기대가 크던 여행이고, 일정을 맞추느라 출발 열흘 전부터 밤 잠도 아끼며 일을 해치우고 길을 나섰건만, 

자매 상봉의 기쁨을 채 맛보기도 전에 도착하자마자 택시에 아이의 물건들이 들어있는 가방 한 개를 놓고 내리는 어마어마한 실수를 해버렸다. 이 사건 때문에, 마냥 즐거워야 했을 여행 초반 이틀 정도는 패닉 상태로 보냈으니, 동생 가족한테도, 아이한테도 면목이 없는 일이었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따로 다루기로..ㅠㅠ)

 

이런 이모의 마음을 알 리 없는 9개월 짜리 조카는 새로 돋아난 귀여운 앞니 두 개를 보이며 방긋방긋 웃어보이고, 뭐든 잡고 일어서며 걸음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동생은, 조금 야위었다. 아직 일본어가 서툴어 의사소통은 주로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고, 아는 이웃 하나 없어 외롭고 우울할 때가 많다고 했다. 먹거리나 물이 못미더워 장 볼 때마다 원산지를 확인해야하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고. 그나마, 자리 잡고 바로 봄을 맞이해서 아이를 데리고 산책 다니기엔 좋은 날씨인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년 전 신혼여행 때 도쿄에 왔을 때는, 한 군데라도 더 구경하고 싶어서 신고 있던 운동화 밑창이 닳도록 걷고, 또 걸었던 것 같은데. 이번 여행에서는, 동생과 함께 얼굴을 마주보며 밥을 먹고 수다 떠는 것 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기사, 집 근처를 돌아보거나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시내 나들이를 다니는 것도, 나는 다섯 살 철부지 손을 잡고, 동생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거나 아기띠에 들쳐메고 (틈틈이 아이들 컨디션을 살피며) 다녀야했기에, 더 욕심을 부렸다고 해도 부질없었으리라. 그래도 언니랑 가고 싶은 데가 있었다면서 저조차 서툰 길을 앞장 서는 동생의 뒷모습은,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주말에는, 제부의 배려로 하코네 료칸을 다녀올 수 있었다. 신혼여행 때 일정이 안맞아 못 가봤던 하코네를 이렇게 가 보게 될 줄이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천욕을 여유롭게 즐기기는 힘들었지만, 4월의 하코네는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체리양의 감상은 나랑 정 반대여서, "일본 찜질방(!)은 재밌었는데, 산책다니는 건 다리가 아파서 너무 힘들었어."라고. (엄마 체급에 17키로를 안고 다니는 건 좀 무리란다.)

그래선지, 여행 일정 후반에 신랑이 겨우 휴가를 내고 합류하자, 딸내미는 갖은 애교를 동원하며 줄곧 아빠한테만 안겨서 다녔다.  

 

 

일주일 동안의 여행이 끝나고, 그로부터 닷새가 더 흐른 지금에야 뒤늦게 여행 사진과 소감을 정리하는데, 떠나던 날 새벽에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를 잡아주던 동생의 얼굴이 자꾸만 아른거린다. 동생은 그날 내내 마음이 허전해 우리가 머물던 방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했다는 얘기를 했다. 비행기로 고작 2시간 20분 거리에, 일년에 적어도 서너 번은 만날텐데, 왜 이리 짠한건지... 

 

그저,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건강하고, 무탈하기를.

 

(PS. 지난 주 구마모토 지진으로 도쿄 쪽 분위기도 침통하고 뒤숭숭하다고. 비록 도쿄와 멀리 떨어진 곳의 일이라고 해도, 얼마나 불안하고 걱정될지.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데려오고 싶지만, 그저 무탈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조카와 체리양.) 

 

 

 

(집 주변, 강변 산책. 한국보다 조금 일찍 벚꽃이 만개한데다가 도착하자마자부터 비가 와서 꽃이 많이 떨어졌다.)

 

(시부야의 무인양품에서. 아동의류 매장 한 켠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시부야의 한 상점, 다양한 버전의 짱구들을 구경 중인 체리양)

 

(아직 벚꽃이 한창이던 하코네에서.)   

 

(하코네 주변의 한 음식점에서.)

 

 

(도쿄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