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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그림 일기장

너와 너의 작은 친구, 악어 이야기

 

 

 

일주일 전,

딸 아이의 빙봉이나 다름없는 악어인형을 잃어버렸다.

 

아이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크나큰 슬픔이었던지, 

"악어야~~~~"를 외치며 먹지도, 자지도 않고 목놓아 울기만했다.

 

그런 딸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고...

 

하도 닳고 닳아 내가 손수 기워주고 솜도 넣어준 데다가

이제는 가족처럼 되어버린 그 녀석의 빈 자리가 나조차 허전해서,

 

엄마가 악어 꼭 찾아주겠다며 손가락 걸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다니던 길을 몇 번이고 되짚어서 샅샅이 뒤지고,

들렀던 마트, 병원 CCTV를 모조리 확인하고,

전단지까지 만들어 붙였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온갖 인형 판매 싸이트를 뒤져서 닮은 인형도 주문해놓았다.

 

 

그런데 그 날 오후 늦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앳된 목소리로

"엊저녁에 마트 근처에서 인형을 주웠는데, 학원 건물의 엘리베이터 앞에 붙은 전단지를 보고 연락했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두 시간 후,

횡단보도 건너 만나기로 한 장소 앞에 악어 인형을 들고 서 있는 중학생 정도의 단발머리 여자 아이를 보고,

너무 고맙고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우리는 악어와 다시 상봉을 했고,

오늘도 아이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데리고 어린이집엘 갔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딸 아이가 커서 더 이상 악어 인형 없이도 잠들 수 있을 때까지,

아니, 그 후에도 오래도록,

둘이 헤어지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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