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지난 주말 친정 가는 길에 버스를 탔다.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히고 있는데,
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좌석에 달린 컵 홀더를 만지작거리던 딸 아이가 갑자기 신발을 벗고 발을 척, 올려놓았다.
"그렇게 발을 올리면 앞 사람이 불편해."
아이를 조용히 타이르고는 혹시나 해서 슬쩍 앞자리를 보았더니,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아이가 다시 발을 올리더니
"엄마, 이렇게 생긴 신발 본 적 있어요?"하고 묻는 것이었다.
이 녀석이 무슨 엉뚱한 소릴 하나 싶어서
"글쎄... 근데 우리 딸 발이 정말 예쁘구나. ^^;;;;"하고 얼버무렸는데,
그런 내가 답답하다는 듯 아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신발 신은 사람한테서는 똑똑똑... 소리가 나던데..."
???????
설마....
혹시.....
하이힐?
"혹시...뾰족구두 말이야?"하고 물어보니, 바로 그거라며 반색을 했다.
"그렇게 생긴 신발이 예뻐서.. 신어보고 싶어."라고 말하는 딸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아이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한 것도 미안하거니와
선입견으로 가득찬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아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으로 달을 보라고 가리켰더니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더라'는 말도 생각나고...
그 날 친정집에 도착해서...
신발장 구석에 여동생이 결혼 전에 신던 뾰족 구두가 있길래 한 번 올라서게 해보았다.
나중에 혹시라도 엄마가 뾰족 구두 사게 되면, 너 젤 먼저 신게 해줄께. ^^
(같은 사진을 90도 회전하니, 아이의 표현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알겠다.
그런데 왜 나는 아이 발만 본걸까. 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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