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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이야기와 사진

매우 주관적인, 태안-안면도 가족 여행기

지난 주말, 친정 식구들과의 태안-안면도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과 매우 주관적인 소회.

 

 

안면도 자연 휴양림-수목원에서

 

 

 

 

어렸을 적, 가족 여행 다닐 때는 늘 아빠가 앞장 서셨고, 그 뒤를 삼남매가 졸졸 따라다녔는데,

이제 온 몸이 다 닳아버린 아빠는, 조금 걸으시다가 자꾸만 의자를 찾으셨다.

엄마는, 그 때나 지금이나,

배는 안고프냐고, 목 마르진 않냐고.

 

 

 

 

 

 

 

 

 

 

 

깔깔대며 오가는 관광객들 덕분에 간신히 현실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아산정원에서의 망중한.

 

 

저녁 무렵의 몽산포. 

 

 

 

 

 

 

 

 

 

별헤는 밤.

 

 

몽산포항에서 구입한 싱싱한 해산물로 메인 셰프(엄마)는 해물탕을,

남자 셰프들(사위들)은 똠얌꿍과 까수엘라, 해산물 파스타를 요리했다.

낡은 한옥을 개조한 펜션의 대청마루에서 국적이 각기 다른 요리들을 먹고 있자니 기분이 참 오묘했다.

게다가, 집에서나 여행지에서나, 요리며 설거지는 거의 여자들 몫이었던 보수적인 우리집에도 이런 날이 오다니!

방송의 힘은 실로 놀랍다.

 

어쨌거나, 저녁을 배불리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가족들과 함께 숙소 밖에 나갔더니,

세.상.에...........!

 

 

 

하늘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드문드문 가로등 뿐인 시골 마을 위로 수많은 별들이 촤르르 뿌려져 있었고, 별자리들이 꽤 선명하게 모양을 만들고 있었으며, 심지어 은하수까지 볼 수 있었는데,

 

저기 저 별자리.....이름이 뭐더라???

 

"별자리 이야기"는 허투루 읽은 것이었다.

 

 

숙소에서의 긴 밤, 그리고 아침.

 

 

 

밤하늘의 별은 참 아름다웠으나...

 

딸 아이는 밤에 기침과 콧물이 갑자기 심해져 새벽까지 수시로 낑낑대다가, 울다가를 반복했다.

해열제와 감기약를 먹여 재웠지만, 별 소용이 없는 듯 했다.

 

그런 아이를 부둥켜 안고, 이러다 큰 병이라도 나면 어쩌나, 다른 가족들 덩달아 잠 설치면 어쩌나, 여행 괜히 왔나 등 온갖 걱정을 하느라 잠을 거의 못잤다. 새벽 네 시가 좀 못됐을까. 부지런한 동네 닭이 꼬끼오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 즈음부터, 아이의 기침이 잦아들었고, 제대로 잠을 자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도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7시, 마을 이장님의 아침 방송 소리에 잠이 깼다.  

 

 

 

 

 

아침에 느지막히 잠에서 깬 아이는, 열도 완전히 떨어지고, 컨디션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다시 원래대로, 수다스러워졌고, 폴짝거리며 뛰어다녔다. 천만 다행이었다.

 

 

 

갯바닥을 드러낸 몽산포에서. 

 

 

전날 저녁 발치까지 밀려오던 파도는 땅 위에 주름처럼 흔적만을 남긴 채 저어만치 보이지도 않게 물러가버렸다.

갯바닥 위 바다고동들이 느릿느릿 몸을 끌어 궤적을 만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작은 게들이 잰 걸음으로 후다다닥 기어다녔다.

 

 

 

 

이 갯벌에서,

네 살 바기는 언제 아팠냐는 듯 신나게 놀았고,

 

 

노부부(!)는 비록 조개를 캐기 위함일지언정, 간만에 머리를 다정히 맞대셨다.

 

 

갯벌 출입을 허락받지 못한 돌쟁이는 바닷가 계단을 오르내리며 열심히 걸음마 연습을 했고,

(사진은 올리지 않았지만), 태어난지 석 달 된 아기는 유모차 안에서 갯내음을 맡았다.

 

엄마, 아빠, 나, 신랑, 딸(4세), 여동생, 제부, 조카(여, 3개월), 남동생, 올케, 조카(남, 24개월).

이렇게 11명의 가족들은 바닷가 근처 솔밭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으며, 1박 2일 짧은 여행의 마지막을 기록했다.

 

 

 

 

사진은 안면도 휴양림에서 내가 찍은 것.

기억보다도 멋진 기록을 남겨준 남동생(JSLEE)에게 감사를.

 

그리고, 나의 소중한 가족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