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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이야기와 사진

아이와 함께한 2015 서울국제도서전 관람기

 

 

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한글날에는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 북소리축제에 다녀왔구요,

어제는 내친 김에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서울국제도서전엘 다녀왔어요.

 

이렇게 도서전을 연거푸 방문한 것은

한 때(!) 책 표지 및 아이들 책 삽화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직업적인 관심 때문이지만,

지금은 일을 쉬고 있기에, 아이의 교육적인 목적이 크다고 핑계를 대 봅니다.

그러나 이내 아이는 다리가 아프다고...안아달라고... 업어달라고.......ㅠㅠ

 

서울국제도서전은 원래 여름에 개최를 합니다만,

올 해는 메르스의 여파로 행사를 연기해서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었구요,

공교롭게도 파주 북소리축제 기간과 겹쳤어요.

두 가지 행사에 모두 다녀온 사람으로서, 주최측의 의도가 궁금해지더군요.

두 행사 모두, 예년에 비해 호응도나 규모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거든요.

 

 

어쨌거나, 주말에 친정에 방문한 김에, 친정 엄마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코엑스엘 갔어요.

 

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3층 D홀 입구의 모습입니다.

 

 

 

 

 

볼로냐 라가치 국내 및 해외 수상작들이 전시되고 있었구요, 캘리그라피 월에는 아름다운 손글씨들이 전시되고 있었어요.

 

 

그리고, 전시장에 입장했는데,

이 날이 전시 마지막 날이자 일요일이었음을 감안할 때 관람객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더군요.

 

 

아래는 행사장 Floor map인데요,

국제관, 국내관, 아동관, 책예술관, 특별전/기획전시로 구성이 되어 있었어요.

책/출판사의 구성이 그렇다는 것이지 물리적인 경계나 구분은 없었구요.

 

 

 

참가한 출판사들의 리스트를 훑어보니, 확실히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같았어요.

대형 출판사들의 부스도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았구요.

저는 혹시나, 예전에 함께 일하던 출판사들의 부스가 있는지 둘러보았습니다만, 찾지 못했어요. 엉엉...

 

아래는 주빈국 이탈리아의 부스입니다.

확실히 주빈국이라서 그런지, 전시된 책들이나 부스의 규모가 훌륭하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앉아서 책 읽을 곳이 있었어요.

전시장 통틀어 오로지 이 곳과 작은 카페테리아만이 의자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

 

 

("A"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체리양.)

 

 

아무래도 제 눈엔 예술 관련 서적들과 일러스트, 아동용 그림책 등이 많이 보였어요.

 

 

 

재능교육 부스에서 얻은 스크래치 페이퍼를 열심히 가지고 노는 체리양의 모습입니다.

친정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이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시는 동안, 저는 국내외도서 전시관들을 휘리릭 훑어보았어요,

덕분에 사방에서 제게 몰려드는 지름신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 엉엉....

 

 

 

지름신 스멀스멀.....

 

 

그러나, 쉬는동안 잠시 충전한 아이를 데리고, 아동관, 특별전시관을 다시 돌아보기로 했어요.

 

 

사람들이 가장 붐비던 곳입니다. ㅎㅎㅎ

주로 해외 도서 할인 행사, 학습지 출판사들의 부스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모습이었구요,

그 외에 비룡소, 재능교육, 여원미디어 정도가 눈에 띄었고,

많은 아동 도서 출판사들이 북소리축제 때문에 참가를 안한 것 같았습니다. 

 

 

비룡소에서 운영하는 아동도서 브랜드의 부스입니다. 

파주에서도, 이곳에서도 홍보를 꽤 활발히 하는 모습이었어요.

체리양은 여기서 옷입히기 스티커북을 한참 잘 가지고 놀았습니다.

 

 

전시장 한 켠에는 주빈국 이탈리아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파비안 네그린의 원화들이 전시되고 있었어요.

 

 

 

파비안 네그린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멕시코에서 공부하다가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인데요,

국내에 출간된 책으로는 "가우차다"(풀빛), "아버지와 아들"(뜨인돌어린이) 등이 있습니다.

 

사진 출처: www.monicasilva.it

 

화려하고 강렬하면서도, 디테일이 엄청 섬세한 일러스트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그의 일러스트들을 볼 수 있는 책들이 국내에 더 많이 소개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전시장을 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광복 70주년 기획도서전이었습니다.

 

 

북소리 축제의 기획전 "시대정독(1945-2015)"의 요약 버전 쯤 되는 듯 보였습니다.

추최측의 의도야 어찌됐건 간에....^^;

 

 

 

 

사실, 아이 데리고 짧은 시간 동안 돌아보기에는 좀 더 편하고 알기 쉬운 측면도 있긴 했습니다.

 

특별전까지 관람하고나서는, 걷기 힘드니 어서 집에 가자는 아이를 데리고 전시장을 나왔답니다. 쩝.....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도서 전 두 곳을 들르며 느낀 바를 정리하자면,

국내에서 가장 큰 도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파주 북소리축제와 서울국제도서전이 같은 시기에 개최되다보니,

전시 내용 면에서 분산, 중복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아예 확실하게 북소리축제는 아동 책 위주, 서울국제도서전은 일반도서 위주로 편성해서 홍보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구요. 뭐, 그러기엔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겠지요.

 

그리고, 일 할 때도 출판사 관계자분들께 많이 듣던 얘기지만,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도서전 규모나 홍보에서, 출판계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작은 출판사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런 큰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작은 출판사들에게도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종이책이 기술로 무장한 전자책에 밀리고 있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는데,

저는, 종이책만이 줄 수 있는 정서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그림이 있는 아이들 책은 더욱 그렇구요. 

책 장을 손 끝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종이의 질감을 느껴보고, 다음 그림을, 다음 내용을 천천히 상상해보는 재미, 손길이 많이 닿은 책장이 조금씩 낡아가는 것을 보며 느낄 수 있는 뿌듯함 같은 것들 말이지요.

종이책이 점점 전자책으로 대체되면서, 그 정서 또한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시대착오적인 아날로그 감성인가요? ^^;;;)

 

 

여기까지, 아쉬움 가득한 도서전 관람 후기였구요.

내년에는 좀 더 내실 있는 도서전을 기대하며, 이만 글을 접을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